신기한 고속버스를 탔다
프리미엄 어쩌고
비행기처럼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다
화장실 급할 때 알릴 수도 있나 봄
앞뒤 간격이 넓어서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힐 수 있다
거의 왕처럼 누워왔다
멀미를 자주 하는 나에겐 획기적으로 편했다
늦은 점심으로 순대국밥
빈속에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니 좋았다
우리는 많이 먹지도 못하면서 식탐은 넘쳐서
호기롭게 오징어순대를 추가했다
반나절이 넘도록 배가 안 꺼졌다
아무 곳에서 멈추어도 바다가 나왔다
여기는 영금정
설악산 끝자락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
정자에 서면 바로 발밑으로 철썩철썩 부딪치는 파도를 볼 수 있다
상당히 절경이었다
카페 입구를 못 찾아서 주변만 몇 바퀴를 돌았는데
이것마저 얼마나 웃기던지
같은 건물에 당근마차라는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당근마차밖에 없는데?
당근마차 일리가 없자나
당근마차로 다시 가볼까?
설마 당근마차 아냐?
당근마차 지옥에 빠짐
추운 바닷바람 맞다가 따뜻한 카페 안으로 들어오니
또 식탐에 눈이 뒤집혀서
크로플이며 쿠키며 잔뜩 골라담으려다가
자 우리가 과연 다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해서 결정 난 작은 초코칩 스콘 하나
시그니쳐 메뉴인 바다담다라떼에선 오렌지향이 났다
단정하고 깨끗해서 좋았다
바로 옆에 중앙시장이 있어 편하다
참 오랜만에 만난 우리
시장에서 사 온 닭강정 한 컵과 편의점 와인 한 병
시공간을 넘나들며 쏟아지는 별별 이야기들
같이 붙들고 울면서 밤샘 과제하던 대학시절이 바로 어제 같았다
아침엔 테라스에서 해가 잘 보였다
눈으로 담아보는 고요함
언뜻언뜻 보이는 웅장한 설악산 풍경
바람과 파도와 사찰이 어우러진 곳
아무런 고민이 없는 해수관음상과
사는데 고민이 너무 많은 우리
걱정거리들 바닷바람에 쓸려가면 좋으련만
자꾸만 마음에 파도가 인다
한 그릇 한그릇 정성껏 맛을 내는 집과
패스트푸드점마냥 찍어내는 집의 미묘한 차이를
이제 슬슬 알 것 같기도 하고
맛집을 발견하면 나를 데리고 가주는 친구들이 고마울 따름
어디까지가 바다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물빛이 청명하다
피넛버터라떼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달았다
혈당 치솟는 맛
좋은 풍경 잔뜩보고 맛있는 거 실컷 먹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다
아무 계획 없이 급 떠난 우리의 속초여행
넘나 소중한 순간들
현생에 지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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