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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홍콩의 숨은 맛집: 현지인처럼 홍콩 여행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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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그저 화려한 도시 야경과 번화가의 커다란 쇼핑몰만 있는 곳이 아니다. 완탕면, 딤섬, 밀크티 등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3박 4일의 홍콩 여행을 하는 동안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맛집 외에도 현지인들이 즐기는 소박하지만 매력 넘치는 음식들을 경험해 보았다.

현지인 맛집인지 어떻게 아냐면 정말 홍콩 사람들이 줄 서서 사 먹길래 우리도 따라서 사 먹었기 때문이다. 란퐁유엔처럼 홍콩 여행 검색하면 무조건 나오는 맛집도 좋았지만, 이렇게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방문했던 맛집들도 정말 재밌고 인상 깊었다. 이하에서 홍콩에서 직접 먹어 본 망고 사고, 피시볼 누들, 딤섬을 소개한다.

 

Fook Yuen 망고 사고

망고 사고는 '사고'라는 야자나무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사고 펄'이 들어간 홍콩식 디저트이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도 유행 중이라 먹방 유튜버들이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우리가 홍콩 여행할 땐 망고 사고가 뭔지도 잘 몰랐었다. 

이곳은 숙소인 알렉산드라 호텔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였는데, 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는데 매번 줄이 기니까 대체 뭘 파는 곳인지 궁금했다. 사진을 봐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죽이나 수프처럼 생겼는데 과일이 올라가 있으니 홍콩에서는 죽에 과일을 올려서 먹기도 하나?라고 생각했다.

메뉴판이 한자라서 전혀 읽을 수가 없었고, 대충 사진을 손으로 가리켜서 주문을 했다. 매장 내부에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서너테이블이 겨우 들어가는 작은 평수이다. 매장에서 먹기는 힘들어 보여서 포장을 해서 숙소에 들고 와서 먹어보았다.

 

한 입 먹어보았더니 엄청 달콤하다. 그리고 차갑다! 죽이라서 따뜻할 줄 알았는데, 식사가 아니라 디저트였다. 달달한 망고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젤리 같은 펄이 오독오독 씹혔다. 주르륵 흐르는 재질이라서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안 먹어 본 맛이라서 새로웠다. 가까운 맛을 찾자면 망고 빙수를 녹여서 연유 시럽을 잔뜩 뿌려서 섞어먹는 맛이다. 펄은 코코팜에 들어있는 알갱이와 비슷한 맛이다.

다섯 숟가락까지는 맛있었는데 계속 먹기에는 너무 달고 좀 느끼하기도 했다. 그래서 반 정도 먹고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음날에 마저 먹었다.

 

Lok Yuen 피쉬볼 누들

이곳은 홍콩에 도착한 첫날에 식사한 곳이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낙원'인데 현지어로는 '록유엔'으로 부르는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첫날 도착하면 심포니오브라이트를 감상한 뒤에 야시장을 구경하고 그 주변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었다. 근데 비행기 내려서 이동하고 숙소에 짐 풀고 하니 급 피곤해서 멀리 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숙소 바로 코앞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게 되었다. 이럴 거면 계획은 왜 세운 걸까?

면 요리, 밥 요리 한 그릇 음식을 파는 식당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미소야 같은 곳이었다.

나는 여기 마음에 들었다. 직원분이 영어를 못하시는데도 열성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면이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노란면과 흰 면 중에 고를 수 있다. 뭐가 다른 지도 알려주시는 듯했으나 슬프게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각각 하나씩 시켜봤는데 흰면은 넓적한 쌀국수면이었고, 노란면은 반죽에 계란이 들어간 얇고 쫄깃한 면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Fish Ball과 Beef Brisket, 그리고 아이스 밀크티 하나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분께서 야채도 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와중에도 더 시키라고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고수처럼 향이 나는 야채일까 봐 주문하기가 무서웠다. 관광객이라 바가지를 씌우려 하나 싶었지만 꼭 시키라길래 결국 야채도 시켰다.

근데 야채가 아주 별미였다. 면이랑 같이 먹으니 정말 잘 어울렸다. 바가지가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강추한 것이었다. 야채랑 같이 시키면 세트가 되어서 각각 단품으로 먹을 때보다 할인도 되었다. 그리고 식사하는 중에도 오셔서 야채 어떠냐고 뿌듯하게 물어보셨다. 밀크티가 쓰면 설탕 더 넣으라고도 하시고 친절하게 챙겨주셨다. 아, 이 다정한 홍콩 사람들.

 

딤딤섬(DIMDIMSUM) 딤섬

홍콩에 왔는데 딤섬이 빠지면 서운하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맛집 딤딤섬에 방문하였다. 딤딤섬은 홍콩의 딤섬 전문점인데, 그 명성으로 인해 한국에도 매장이 생겼다. 홍콩 딤딤섬은 몽콕점과 조던점 두 군데에 지점이 있다. 우리는 Austin역과 가까운 조던점에 방문하였다. 조던점은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후 3시 반쯤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해서 그런지 웨이팅은 없었지만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다. 딤딤섬의 영업시간은 오전 10:00~오후 10:00이다.

 

크리스피 창펀
(좌) 하가우, 가지딤섬, 사천식 돼지고기 만두 (우) 새우 크리스피 창펀

주문하지 않았더라도 차값(Tea & Water Charge)이 청구된다. 기본 비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는 하가우(Steamed Shrimp Dumplings)와 새우 크리스피 창펀(Crispy Rice Flour Rolls with Shrimp), 가지 딤섬(Seafood Stuffed Eggplant with Spicy Sauce), 그리고 사천식 돼지고기만두(Sichuan Style Spicy Pork Dumplings)를 주문하였다. 이렇게 주문해서 180HK$ (한화 약 3만 9천 원)가 나왔다.

1인당 메뉴 하나만 시키기엔 3조각 내지 4조각씩만 나와서 양이 작다. 2명이서 메뉴 세 개 정도가 적당하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들은 대부분 메뉴판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시그니쳐 메뉴였다. 그래서인지 모든 메뉴가 성공적이었다. 여러 종류의 딤섬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아서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가장 맛있었던 메뉴는 크리스피 창펀이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게 무슨 음식이지 싶었는데, 새로운 맛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쌀가루 롤 안에 바삭한 튀김이 들어있어서 식감이 끝내줬다.

 

배음료 쌕쌕

메뉴판에 Pear Juice가 있어서 주문해 보았다. 과일주스가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놀랍게도 한국 캔음료인 쌕쌕이 나왔다. 쌕쌕이 왜 여기서 나와? 한국에서도 돈 주고 안 사 먹는데 홍콩 음식점에서 이걸 사 먹을 줄이야. 신기하면서 반가우면서 잘 모르고 주문했더니 이게 나와서 황당하기도 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한국 음료를 판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홍콩 자유여행을 하면서 숨은 맛집을 찾고 먹어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인데 음식을 주문하면 똑바로 나오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도 많았지만, 못 먹을 만한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홍콩 망고사고, 피쉬볼 누들, 딤섬은 모두 한국인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무난한 음식이었다. 단순히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홍콩 현지인들의 식문화나 일상을 경험해 본다는 점에서 더 즐거웠다.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숨은 맛집들을 방문해서 현지인처럼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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