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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거제도 숨은명소 샛바람소리길과 구조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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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구조라성은 조선시대 성종 21년에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선조 때 북쪽 조라포로 이동하면서 신(新) 조라에 대응하여 '옛날 조라'라는 뜻으로 구(舊) 조라라고 한다.

현재는 둘레 860m, 높이 4m 정도의 성벽이 남아있다. 야트막한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서 구조라성에 오르면 아름다운 거제 앞바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이니 거제도 여행 중이라면 꼭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거제도 구조라성 가는 길

거제도 구조라성 입구 표지판
거제도 구조라성 입구 표지판

거제도 구조라성은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골목길에 저런 식으로 표지판으로 부르기엔 초라한 작은 종이가 붙어있는데 그마저도 작아서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저런 골목이 하나가 아니다. 다른 골목에도 구조라성 팻말이 있다. 저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 몰라서 시작부터 혼란스러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조라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개가 있고 어느 길로 들어가든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구조라성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가 간 길은 약간 마이너 한 길로 험하고 좁고 불편한 길이었다. 이 길 말고 아치형 안내판이 크게 붙어있는 더 넓은 입구가 있는데 거기가 길도 잘 닦여있고 안내도 잘 되어있는 메인 길이다.

 

구조라성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구조라성으로 가는길 화살표
(좌) 구조라성으로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  (우) 멀리 보이는 구조라성 가는길 화살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면 마주치는 비주얼은 더 혼란스럽다. 양 옆에 촘촘하게 주택집들이 있고 사람이 한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멘트길이 나온다. 주거지역을 직통으로 가로지르는 느낌이라 좀 그렇다.
여기가 아닌가 잘못 들어왔나 싶을 때쯤 또 가다 보니 화살표가 나온다. 방탈출게임 하는 줄. 단서들을 찾아서 더듬더듬 진행했더니 드디어 표지판다운 표지판을 발견했다.

 

구조라성 가는길 표지판. 양쪽으로 화살표가 다 있다.
구조라성 가는길 표지판. 바닥의 화살표 주목.

바로 이 표지판이다. 여기는 갈림길이다. 벽에 붙어있는 표지판에 의하면 수정봉(전망대)과 구조라성 그리고 샛바람소리길로 가려면 오른쪽 길로 가라고 한다. 근데 바닥에는 왼쪽 화살표도 구조라성이고 오른쪽 화살표도 구조라성이다. 뭐 하자는 걸까? 이상한 구조라성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글자크기랑 글자모양도 전부 제각각이고 화살표도 전부 제멋대로다. 어느 길로 가도 괜찮다는 설명을 해주던가 아니면 바닥에 있는 페인트를 지우든 벽에 붙은 종이를 좀 떼든 정비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무 글자도 없이 A4 용지에 프린트해 놓은 노란 화살표는 뭐임? 너무 웃기다. 왼쪽 길이 좀 더 넓어 보여서 나는 왼쪽 길을 선택했다.

 

시멘트 골목길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군데군데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오르기는 괜찮았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경우 적어도 안정적으로 등산이 가능한 나이 이상은 되어야 할 듯하다. 구조라성으로 향해가는 길이 전반적으로 폭이 좁고 가파르고 돌이 많은 길이다. 아이들이 함께 가기엔 꽤나 험난하며 유모차는 절대 불가능한 코스다. 

 

구조라 마을 안내도
구조라 마을 안내도

산길을 중반정도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지도다운 지도가 나온다. 어디쯤 왔나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싶어서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구조라성으로 가는 길은 빨간색으로 올레길은 하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근데 잘 보면 저 지도에는 현재 위치가 없다. 너무 웃기다. 현재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지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 걷기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됐다. 이때까지도 길을 잘못 든 것을 몰랐다가 나중에 반대방향 길로 내려가면서 더 평탄하고 넓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제도 구조라성으로 가는길 바람개비길
거제도 구조라성 가는길 바람개비길

거제도 구조라성으로 가다 보면 이런 길도 나온다. 바람개비길이다. 공식 이름은 아니고 내가 방금 붙인 이름이다.

사진상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바닷가 지역이라서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분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개비가 쉬지 않고 팔랑팔랑 잘 돌아갔다.

 

 

거제도 숨은 명소 구조라성 풍경

거제도 숨은명소 구조라성 풍경
거제도 숨은명소 구조라성 풍경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구조라성. 입구서부터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산 정상에 도착해서 뒤를 딱 돌아보는데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단아한 해안마을과 포근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지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게 사진상으로는 그냥 바다도 있고 집도 있고 그런 느낌인데 실제로 봤을 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평화와 속이 뻥 뚫리는 청량감이 느껴진달까.

중앙이 쏙 들어가 있는 지형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마을이 들어서 있고 왼쪽과 오른쪽이 바다다.
위쪽과 아래쪽은 산이다. 산의 주변을 둘러서 길을 내고 바다를 피해 평평한 곳에만 집을 지었다. 지형을 잘 살려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그렇지. 이런 게 아름다움이지. 도시나 인구밀집지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아늑한 풍경이다. 남해의 이 다소곳한 해안가 마을은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폭 안겨있었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거제도 구조라성 성곽
거제도 구조라성 성곽

현재의 구조라성은 성벽이 쭉 이어져있는 게 아니고 성곽의 일부만이 남아있다. 높이가 4m 정도 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서보면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고 튼튼한 성벽이다. 거제 구조라성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204호로 지정되어 있다.
저 위에 많이들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시는데 사실 좀 위험해 보였다. 큰 돌들이 얼기설기 쌓여있어서 사이사이에 틈이 많고 평평하지가 않다. 거기다가 바람이 아주 세게 많이 분다.
추락 위험이 있으니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었는데 귀퉁이에 작게 하나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예 올라갈 수 없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성벽 끄트머리에 돌무더기가 와르르 쏟아져내린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 타고 올라갈법하게 생겼다.
아직 그렇게 알려진 곳은 아니라서 방문객이 그렇게 많진 않으나 안전 측면으로 재정비는 필요해 보인다.

구조라성에서 사진도 찍고 바닷가 풍경을 실컷 구경한 뒤 내리막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라온 길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다른 길로 내려왔더니 그제야 알았다. 이쪽 길이 훨씬 넓고 완만하다는 것을. 어째 아까 올라왔던 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거제도 숨은 명소 샛바람소리길 풍경

거제도 샛바람소리길 풍경
거제도 샛바람소리길

구조라성으로부터 내려오다 보면 샛바람소리길을 만날 수 있다. 높은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서 이 사이로 바람이 불면 쏴아아 소리가 나는 곳이다. 길 이름도 참 이쁘다. 말 그대로 바람소리가 나는 길이다.

샛바람소리길로 직접 지나가보니 한낮인데도 대나무 숲이 빽빽해서 길이 어두컴컴했다. 어둡고 좁고 끝이 안 보여서 터널 같다. 살짝 무섭다.
샛바람소리길 이름은 감성적이고 아기자기한데 실제는 도전! 모험의 시작 이런 느낌이다. 무섭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지나야 한다. 해가 지고 어두울 땐 못 지나갈 것 같다. 총길이가 길진 않고 살짝 굽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금방 끝난다.

 

언덕에서 바라본 거제도 앞바다와 작은 섬
언덕에서 바라본 거제도 앞바다와 작은 섬

샛바람소리길을 지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 낙원같이 경치가 아름다운 널찍한 들판이 나왔다. 햇빛에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바람에 갈대가 나른하게 흔들거렸다. 빛과 바다와 작은 섬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풍경이었다. 
아 이런 결말은 예상 못했는데.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곳곳에 포토존도 있고 흔들의자 그네도 있고 벤치도 있다. 앉았다가 가볍게 산책도 했다가 평화롭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참을 한가롭게 거닐며 구경하다 내려갔다.

이번 구조라성 탐험은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즐거웠다. 아직 관광지로는 알려지지 않았는지 방문하는 내내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거제도 구조라성과 샛바람소리길은 우리나라에 이런 예쁜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거제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거제도 구조라성 운영정보

  • 주소: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산 55
  • 운영시간: 연중무휴
  • 이용요금: 무료
  • 문의전화: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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